5/31에 있었던 학회 모임에 태복이 형이 메모에 대해 5분 발표를 해주었다. 완주의 미드 실리콘벨리의 발표와 더불어 오늘 가장 좋았던 발표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메모의 중요성을 말한다. 나 역시 항상 수첩과 애지중지하는 마하펜을 항상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언제나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메모를 해야할까? 우리의 머릿 속을 맴도는 생각은 조각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 조각은 머릿속을 떠돌며 다른 생각과 충돌하며 사라진다. 하나의 생각만이 머릿 속을 떠도는 것이 아닌, 여러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돌아 다니기 때문에 충돌에 의해 사라지는 생각역시 엄청나게 많다. 그만큼 머릿 속 생각의 거의 70%는 버려지고 있다.
메모는 이러한 버려지는 생각을 붙잡는데 있다. 하나의 조각을 붙잡아 종이 위에 적어내는 순간, 우리의 머릿속에선 마술같은 일이 시작된다. 내가 붙집은 생각을 중심으로 조각들이 정렬된다. 내가 메모한 하나의 생각을 중심으로 다른 생각의 조각이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새로운 생각의 조각들을 만들어 낸다. 내가 '점심밥'이란 생각의 조각을 잡는 순간, '먹을 것'과 '다이어트', '맛집'등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카테고리로 정렬이 되어버린다. 브레인스토밍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며 카테고리가 엮이면서 '먹을 것'과 '맛집'이 '알촌'이라는 생각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진짜 놀라야 할 부분은 이러한 과정의 반복이다. 새로운 생각의 탄생이 끝이 아닌, 이러한 생각이 다시 메모가 되는 과정은 소모적 충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창조적 융합을 계속해서 만들어간다. 이것이 메모의 무서운 점이다. 하나의 생각이 기록되는 순간, 다른 생각이 정렬되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고, 이 생각을 다시 기록하는 것으로 또다른 창조적 융합이 발생한다. 쉽게 말하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메모의 힘이자 내가 메모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이 힘에 대한 경험은 저번 학기 3호선 열차안에 있었다. '페이스북 이펙트'를 읽는 도중 몇 가지를 메모하기 시작했는데, 내 머릿속에선 생각들의 결합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무아지경에 빠져 작성하게 되었고, 수첩에 미친 듯이 적어나갔다. 너무 미쳐서 적은 나머지 내려야 할 역을 두어 정거장 지난 다음 내릴 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졌다. 그날 저녁, 미친듯이 적은 내용을 정리를 하기위해 수첩을 들고 하나하나 정리를 하던 중, 메모를 통해 형성된 생각의 확장이 나 자신을 놀라게 했다. 일종의 피보나치 수열의 형태를 그리며 자체적으로 구조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기존의 메모는 생각과 좋은 말, 그 순간의 경험을 적는데 중심이 되었다면, 이 경험을 통해 나의 메모는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모닝노트를 단순히 생각을 나열하는 과정을 거쳐 작성했다면, 이 새로운 경험을 들여 모닝노트를 썼을 때, A4 3장은 너무나 모자랄 정도로 생각의 폭과 깊이가 깊어졌다.
현재 블로그에 올리는 메모는 이전의 메모습관으로 기록된 것들을 올리고 있다. 나의 황홀한 경험이 나의 기존 메모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즉, 두 가지의 형태로 메모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빠르게 정보를 기록해 데이터를 누적시켜야 할 때, 사실적인 기록이 필요할 때는 기존의 메모방식을 채택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기록할 때는 새 메모방식(생각의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수 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 방법도 단순히 생각의 나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을 통해 작성한다.
생각을 연쇄작용으로 폭발적으로 키울 수 있는 메모는 결국, 기록의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각자만의 메모를 하는 목적이 다를 수 있지만, 메모가 가져오는 효과는 언제나 높은 수준으로 우리를 성장 시켜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내가 제일 좋아하는)마하펜의 뚜껑을 열고 몇 글자라도 끄적여라. 확장된 생각의 깊이에 중독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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