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급격한 혼란의 상황에 치달았다. 향후 나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느라 블로그를 자주 못했는데, 결정의 시점이 어느정도 다가온 것 같다. 마음의 방향을 결정했으나,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여기서 확인한 것들은 방향에 대한 시점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뜬 소리가 길어졌는데, 폴 그레이엄이 말한 것과 우리 회사의 모습에 대해 비교하며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그리고 이러한 회사를 만들면 안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저번 포스트의 폴 그레이엄 말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투자자는 속이기 쉽지만, 고객은 속일 수 없다, 고객에 초집중해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고객에 초집중하고 있을까?
지난 번 회의에서 경영진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회사의 몸집을 불리는 데이터에만 집중을 하고 있고, 그 이외의 고객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부분의 데이터에서는 외면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매출과 직결되는 전체 오더의 수치는 의미있게 보지만, 그 이면에 들어가 있는 취소율의 의미를 보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취소율의 데이터 공유에 대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섣부른 공유는 회사 전반의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고객의 컴플레인 데이터는 가시덩쿨로 가려진 지름길이다. 컴플레인 데이터를 마주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지만, 그들의 불편사항을 수용하고 나아갈수록 회사는 더 빠르고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
취소율이 높다는 것은, 유저가 서비스 이용에 대해 불편을 겪고, 본 서비스가 들어가기 전, 같은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재빨리 이탈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더 깊게 파악하고, 분석을 해야할 판에, 직원들의 사기를 운운하는 것은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적절히 둘러대려는 모습인 것이다.
퀵 서비스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가격경쟁이 붙게 되는데, 그 경쟁을 뚫고 고객을 얻었다는 것은, 같은 유저의 재구매율이 높다는 것이다. 가격에 있어 안정성을 보이게 되면,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취소율은 매우 뼈아픈 타격이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선 투자가 아닌,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안타까움이 든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는 몸집을 크게 부풀려 어디가서 자랑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는 보여주기식으로 할 수 없다.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비즈니스는 그저 공연이고 경영놀이일 뿐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고객이고, 투자자가 보기에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능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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